신간 서평 읽기

어느 살인자의 고백 - 유리고코로

유노유나유니 2021. 2. 3. 11:13

갑작스레 사라진 약혼자와 아버지의 말기 췌장암 판정, 그리고 어머니의 교통사고 사망.

이 모든것이 주인공인 료스케에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입니다.

더군다나 옷장 속 상자에서 우연히 발견한 검은 머리털 묶음과 4권의 살인 고백록.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걸까요?

우선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 후 주부, 승려, 회사경영자라는 남다른 이력을 거친 후 2004년 처음 집필한 장편소설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대상을 수상하며 56세라는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2011년에 발표한 미스터리 소설 '유리고코로'는 제14회 오야부 하루히코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제목인 '유리고코로'는 없는 단어인데요, 소설 속 고백록에 나오는 내가 안식처를 뜻하는 '요리도코로'를 잘못 알아들은 말이지요.

하지만 마음의 안식처가 없는 나에게 유리고코로는 자신만의 언어로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담담하게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삶의 과정을 5번의 살인사건과 함께 고백합니다.

료스케는 이 살인 고백록을 읽어갈수록 어린시절 어머니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기억이 떠오르며 이야기의 화자가 엄마라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의 또 한 축인 약혼자 지에는 어떻게 되었고, 또한 이 사건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요?

처음에 약혼자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설정에서는 [화차]가 떠올랐습니다.

화차가 주인공의 의도적인 실종이라면 유리고코로에서 약혼자는 일말의 사건에 휘말린 결과라는 점이 다르네요.

하지만 지에를 찾는 과정에서 료스케는 엄청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수기를 읽어가며 화자의 인생을 쫓아가는 부분과, 현실에서의 진실을 찾는 두 부분이 따로 또 같이 진행되어서 흥미로웠네요.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전반적으로 로맨스의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긴 대부분의 살인이 치정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 소설에선 꽤나 순수한(?) 사랑이 깔려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17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습니다.

영화화 되면서 몇가지 설정이 바뀌었는데요, 료스케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동생이 없구요, 애견카페 대신 산장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헌신적으로 료스케를 도와주는 '호소야'씨의 역할이 바뀌었네요.

그랬기에 소설에서 등장한 결정적인 결말과 반전이 김이 빠져버린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는 좀 지루했구요, 원작이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사이코패스나 연쇄살인 이야기여서 분위기가 어둡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리 어둡지 않아서 괜찮았구요,

누구에게나 남모를 아픔들이 있어서 좀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보듬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다면 더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테니까요.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결합된 신선한 소설이었구요, 장르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읽어 보시라 추천 드립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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