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인가, 선택인가 - 17일
<17일>은 원주민에게 납치를 당한 머시와 마리, 그리고 SLA에게 납치를 당한 패티 (퍼트리샤 허스트),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제 : Mercy, Mary, Patty)
동시에 퍼트리샤 허스트트의 심리를 분석하는 진 네베바 교수와 조수 비올렌, 그리고 이 책의 화자인 '나'의 세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세대가 다른 세 여성의 인생행로를 대조하기 위해 각각의 세 여성을 배치해 놓은 것 같습니다.
먼저 퍼트리샤 허스트 에 대해 알아야 이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퍼트리샤 허스트는 미국 언론 재벌 허스트가의 딸인데 1974년 2월 4일, 혁명을 주장하는 SLA에게 납치되었고, 두 달 뒤 퍼트리샤는 '타니아'로 개명하고 SLA의 일원이 되어 은행강도사건을 연출합니다.
가해자에게 동조하는 듯한 퍼트리샤의 모습에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스톡홀롬 증후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는 사건입니다.
진 네베바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퍼트리샤의 재판 때 담당 변호사가 인용할 보고서를 쓰는 일을 맡게 되는데요,
그녀는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했으며 미국의 어두운 면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한편 여성의 인권에 관해 나서서 이야기를 하는 여성입니다.
퍼트리샤와 나이가 같으며 내성적인 성격의 비올렌은 처음에는 네베바를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네베바와 퍼트리샤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이 책은 그들이 알고 싶었던 진실인 '퍼트리샤의 전향은 SLA의 세뇌인가, 자신의 선택인가?'에 관해서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녀가 납치된 이후 언론을 통해 발표된 녹취록을 보면서 그녀가 느꼈던 심경의 변화들은 볼 수가 있네요.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알게되고 그것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찾기위한 그녀의 몸짓이 조금이나마 그녀를 이해 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듯 하네요.
<17일>은 읽기에 굉장히 난해한 책입니다.
인칭과 시제가 복잡하게 섞여있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수히 많은 녹취록과 자료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옵니다.
퍼트리샤 허스트의 행적보다는 그녀의 심리를 조사하면서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 나와 네베바, 비올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7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억압받는 여성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