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 - 끝낼 수 없는 대화

예술 특히 미술은 그 시대적 상황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찰나를 포착해내는 사진보다 조금, 아니 비할 수 없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그림을 그리면서 작가는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요?
여기 그림을 통해 사회와 인간을 돌아보는 책이 있습니다.
<끝낼 수 없는 대화> 입니다.
저자는 한때 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천주교 사제의 길을 택했다고 합니다.
2002년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석사를 마쳤고 같은해 6월 천주교 인천교구 소속으로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2009년 18세기 교황청 동아시아 정책을 주제로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교회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면서 직접 많은 그림들을 보고 올 만큼 예술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오늘에 건네는 예술의 말들'이라는 부제처럼 예술작품을 통해 인문, 철학, 종교를 관통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총 네 가지 주제로, 현대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을 담은 1부,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한 2부,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는 3부,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담은 4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글의 대부분이 왜관 베네딕도 수도회의 잡지 <분도>에 몇년에 걸쳐 연재했던 글들인데요, 잡지의 꼭지 제목이 "명화 속 교회사 명장면"이었지만 굳이 '종교화'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세속화'와 '종교화'로 이분화 된 순간 종교화는 오히려 '종교'라는 좁은 수식 안에 갇혀버렸다는 지적이 와 닿았습니다.
많은 작품들을 다양한 각도와 시대적 상황에 대한 통찰을 통해 접근 할 수 있어서 더 깊이있게 바라 볼 수 있었습니다.
예술과 세계사, 철학과 종교 등 저자의 인문학적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게 되었네요.

유럽 일변도의 예술작품 소개에서 벗어나 약간은 생소한 멕시코의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을 소개한다든지,
우리나라 민중미술의 선구자로 전해져오는 '오윤' 작가의 판화들,
그리고 중국에서 선교사와 화가의 길에서 갈등했을 '주세페 카스틸리오네'의 작품들을 보게 된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많은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하고 때로는 깊이있게, 때로는 시대를 주욱 흝으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떨때는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이 난해하여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다시 한번 찬찬히 그림을 음미해가며 읽어보고 싶네요.
서양미술이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특히 카톨릭의 역사에 대해 알고 책을 읽게 된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 예술이 오늘에 건네는 말들을 들어 보실까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