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평 읽기

천 조각에 담긴 국가의 역사 - 깃발의 세계사

유노유나유니 2022. 2. 3. 11:24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처음에 제목을 봤을때는 다른 나라에 깃발을 꽂기 위한 영토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각 나라의 깃발의 역사와 그 깃발의 상징과 의미들을 돌아보는 책이었네요.

책을 읽다보니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유치환 시인은 시를 통해 이상세계의 동경과 좌절을 나타냈는데요, 국기라는 것이 한 나라의 역사, 지리, 국민, 가치관 등 그 나라가 나아가고자 하는 이상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국기를 보며 하나로 모이기도 하고, 감동을 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저항의 의미로 국기를 불태우기도 하는 것이지요.

<깃발의 세계사> 역시 깃발이라는 천 조각(국기)을 통해 각 나라의 역사와 세계관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여러 세계사 관련 책들이 있지만 국기를 분석하고 역사를 정리했다는 점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아주 비슷비슷한 국기들(유니언 잭이 들어간 국기, 북유럽 5개국, 아랍, 아프리카 등)을 보면 헛갈릴때가 많았는데 왜 비슷한 국기가 생겨났는지 명쾌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책은 크게 9장으로 성조기, 유니언잭, 유럽 깃발들(십자가와 십자군), 아라비아의 깃발, 중동 국가(공포의 깃발),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에덴의 동쪽), 아프리카(자유의 깃발), 라틴아메리카(혁명의 깃발) 그리고 해적기부터 무지개 깃발까지 정체성을 나타내는 최근의 깃발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팀 마셜'은 영국의 저널리스트로 30여년간 외교전문가이자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입니다.

그래서 그가 기술한 깃발의 역사학과 깃발의 정치학은 깊고도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다만 구정은 저널리스트의 지적처럼 미국과 영국에 대한 우월성을 은근슬쩍 드러낸다든지, 중동이나 이슬람권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이 깔려있는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이처럼 다양하게, 특히나 국내엔 생소한 이슬람권과 아프리카의 국기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좋았네요.

아시아 지역 국기에는 태극기도 소개되고 있는데요, '하나의 예술작품일 뿐만 아니라, 심오한 영적인 상징이기도 하다'라는 코멘트가 인상적이네요.

다른나라들의 국기와 비교해보니 더 깔끔하고 예쁜 것 같네요 ^^

책 중간면에 각 챕터별로 나오는 국가들의 국기들이 컬러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비슷한 국기들을 하나 하나 비교해 가면서 볼 수 있어서 정리가 더 잘되는 느낌이네요.

세계사에 어느정도 배경지식이 있거나, 현재 국제정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곧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데 각 나라 국기의 의미와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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