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을 처음 쓰기 시작한건 중학교 1학년,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겨울부터였습니다.
졸업선물로 받은 까만 만년필과 잉크.
손에 잉크자국을 묻혀가며 열심히 써내려갔던 알파벳들.
저에게는 아직도 그 겨울의 잉크냄새와 종이에 사각거리는 느낌, 오른손 가득 묻은 잉크자국들이 기억에 남아있네요.
여기 또 한명의 문구와 특별한 추억을 꺼내 놓은이가 있습니다.
'문구 덕후', '프로문구러'를 자처하는 정윤희 작가.
손으로 하는 일들이 좋다는 그녀에게 문구는 친구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이 책에 나온 30개의 문구중에서 제가 사용하는 문구는 라미 만년필, 다이모 그리고 톰보우 수정테이프뿐이지만 하나하나 소개하는 에피소드들은 크게 공감이 되네요.
직접 찍은 사진과 소개글은 저자가 얼마나 이 아이들을 애정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별 관심이 없던 저조차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읽어볼 정도였으니까요.
한 아이템이 끝나면 바로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를 수차례 계속했습니다.
하나하나 구입해볼 생각인데요, 이거 참 위험한 책이네요 ^^;;
특별히 가장 갖고 싶었던 문구를 꼽자면 피셔 스페이스 펜과 북퍼퓸이었습니다.
우주에서도 쓸 수 있다는 기능적인 특성보다도 영원한 우주에서 한낱 먼지같은 존재인 인간이 영원을 꿈꾼다는 철학적인 존재의 증명을 생각할 수 있어서 써보고 싶은 펜이 되었습니다.
(볼펜 한 자루의 수명이 무려 100년이라고 하네요)
몸의 감각은 어떤 특유한 향이나 맛으로 과거를 기억한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착안한 것이 바로 북퍼퓸입니다.
갓 인쇄된 책의 향기나 오래된 고서에서 느낄 수 있는 냄새처럼 책을 후각화 시켜 기억에 저장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 윤동주 시인의 별밤패키지 등 관련 제품도 많이 나와 있더라구요.
이것 역시 장바구니에 넣어놓았습니다. ㅎㅎ
문구들 각각에 깃든 추억과 사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녀의 보물상자에 들어가있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구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습니다.
손으로 하는 일은 결국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이 공감이 가네요.
오늘 오랜만에 노트와 만년필을 꺼내놓고 뭐라도 끄적여 봐야겠습니다.
따라서 결론은 문구만큼은 제아무리 섹시한 디지털이 들이댄다고 해도,
아날로그의 '강려크한' 손맛을 절대 추월할 순 없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완승!
P. 215 디지털 문구의 역습 中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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