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보수가 되는걸까요?
보수는 나이든 세대, 진보는 젊은 세대라는 공식도 있고, 한때 진보였던 인사가 노년에 보수쪽으로 선회하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그 틀이 많이 깨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대는 보수쪽에, 40대는 진보쪽에 투표한 것인데요, 여기 또 한명의 나이 든 진보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보수언론사에 입사해서 편집국을 거쳐 시사 잡지에서 일했고 2013년 가을, 쉰다섯에 정년퇴직한 저자는 어느날 진보로 커밍아웃을 합니다.
"젊어서 진보 아니면 가슴이 없는 것이고, 나이 먹고도 보수가 안 되면 머리가 없는 것"이란 말이 있다.
이 잣대를 들이댄다면 난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난 나이가 들면 오히려 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적 삶은 이 시대의 대세인 신자유주의적 규범에 저항하는 것이다.
P. 81
나이가 들어서 보수화가 되는건 기득권 때문이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려면 지금의 기득권적 사고와 행동 원칙을 바꿔야 한다고, 그렇게 자신이 바뀐 이유를 설명합니다.
제목에서 풍기는 정치적인 뉘앙스 때문에 정치적 이슈를 풀어쓴 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선 정치 뿐만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문제와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 인종차별문제, 그리고 기레기로 불리는 언론에 대한 비판까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유연한 사고와 성찰로 가득한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을 부양하고 부양 못 받는 '낀 세대'로, 성찰하지만 실패하는 학벌주의자로, 별수 없는 인종주의자로, 또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겸손에 도달하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원칙주의자이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자리를 대신 맡아둔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은 에피소드나 기자시절 촌지를 받지 않았다는 일들, 조직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상사에게 좀처럼 머리가 숙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 들에서 그의 고지식한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깐깐한 원칙이 있었기에 지금의 '진보적 노인'을 탄생시킨게 아닌가 합니다.
기독교 신자로서 예수님께서 그랬던 것처럼 진보란 약자편에 서는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 또한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기자출신이어서 글이 아주 정갈하고 진지하면서도 곳곳에서 유머가 느껴졌습니다.
요즘들어 존경할만한 어른들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의 바람대로 현장에서 신발을 신은 채 눈감기까지 많은 곳에서 진보적 가치를 일깨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진보적 노인은 시대정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적 연대 아닐까?
배려와 연대야말로 진보주의자들이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P. 258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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