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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이 모토지로 단편선 - 벚꽃나무 아래

신간 서평 읽기

by 유노유나유니 2021. 4. 2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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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표지가 핑크핑크 해서, 벚꽃피는 봄이어서, 벚꽃나무 아래 펼쳐질 로맨스가 기대되어서, 그곳에 시체가 묻혀있다는 기괴함에 선택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제가 바라던 핑크빛 로맨스도, 시체를 찾아 헤메는 스릴러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듯한 제목의 반전처럼 내용 또한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가지이 모토지로는 폐결핵으로 1932년 3월 24일, 서른한 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본의 천재 작가 입니다.

병상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은 그는 7년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작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작품들이 주로 병상에서 구상되었기에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환자이거나 불안하고 우울하고 피곤하게 그려집니다.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삶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글들도 보였습니다.

인간의 기쁨이나 슬픔을 초월한 어떤 엄숙한 감정, '인생의 무상함'이라는 감정을 넘어선 어떤 의지력이 느껴지는 무상함을 마치 바깥에서 관 속을 바라보듯이 서술한 '어느 벼랑 위에서 느낀 감정'이 있는 한편,

황금색으로 빛나는 무시무시한 폭탄이 된 '레몬'을 통해 우울하고 불길한 감정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상상을 하기도 하죠.

일본의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레몬'의 무대가 된 교토 마루젠이 문을 닫았을 때 사람들이 레몬을 들고 서점을 찾아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루젠은 2005년 없어졌다가 2015년 다시 개점했다고 하네요)

저 흐드러지게 만발한 벚꽃나무 아래 한두 구의 시체가 묻혀 있다고 너도 한번 상상해봐.
그러면 무엇이 그렇게 나를 불안하게 했는지 수긍할 테니까.
- 벚꽃나무 아래 中

나무 밑에 묻혀있는 시체를 껴안고 액체를 빨아들이는 벚꽃나무의 뿌리로 인해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한다는 상상을 통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우울한 마음이 그제서야 진정되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프고 고단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목소리와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이 그가 천재 작가로 불리게 된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1920~30년대의 시대적 배경에서 오는 차이와 오랜 지병으로 인한 우울한 정서 때문에 몇 개의 단편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바래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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