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나 같은 살인자를
무죄로 만들어줘서.
만약 열심히 변호해서 무죄판결을 얻어낸 살인사건의 피고인이 실은 진짜 범인이었다면 어떨까요?
<완전 무죄>는 사법제도안에서의 정의와 진실에 관해 무게감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세 건의 여자 아이 유괴사건이 발생하고, 한 아이는 죽어서 발견됐고, 한 아이는 실종 상태이며, 한 아이는 살아 돌아왔습니다.
경찰은 학교 잡역부인 히라야마 사토시를 수사하던 중 명확한 증거를 찾아 자백까지 받아냅니다.
무기징역으로 21년째 복역중인 히라야마 앞에 변호사인 마쓰오카 지사가 나타나 재심을 진행하게 되죠.
지사의 노력으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알고보니 지사는 살아 돌아온 그 아이였던거죠.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증거를 찾던 중 히라야마에게서 저 말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는데요...
과연 그녀가 찾은 진실과 정의는 무엇일까요?
이 책의 작가인 다이몬 다케아키는 사법 미스터리의 귀재라 불리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재판원 제도가 시행된 현재,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데뷔작인 <설원>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2009년)
이 작품으로 제29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과 텔레비전 도쿄 상을 공동 수상하게 됩니다.
이후 재판원 제도, 범죄자의 갱생, 경직된 법률 해석 등 사법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구요, <죄화>, <확신범> 그리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정의의 천칭> 시리즈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국내에서는 <완전 무죄>를 통해 처음 소개가 되는 것 같은데요, 그간의 작품들도 얼른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보통 '완전 범죄'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어도 '완전 무죄'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이 책에서는 원죄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죄란 '억울하게 뒤집어 쓴 죄'를 가리키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무고한데도 누명을 쓰고 사법적인 처벌을 받은 경우에 흔히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화성 8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0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후, 2020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 씨가 대표적인 원죄의 피해자입니다.
원죄의 피해자도 비슷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영화 [살인의 추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은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짜맞추기 수사를 진행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구조가 비슷했습니다.
<완전 무죄>에서도 전직 형사인 아리모리와 이마이가 나오는데요, 위력을 가하고 결정적인 행동을 통해 히라야마의 유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백 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자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
형사소송법의 기본인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경찰도 원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세심하게 탐문을 거듭해서 사실을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범인 체포가 강력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수사본부가 용의자를 점찍으면 이 원칙은 일그러진다.
...
어느 틈엔가 무죄 추정의 원칙은 잊히고, 범인인지 아닌지 가려내겠다는 자세도 자취를 감춘다.
거기에 남는 것은 정의라는 이름의 죄뿐이다.
P.187
<완전 무죄>는 상반된 두 입장을 가진 지사와 아리모리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결국 둘 다 '진범을 찾아내어 죄값을 받게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기에 두 사람의 입장이 모두 공감이 가네요.
히라야마가 무죄를 받기까지 재심을 청구하고 증거를 찾는 부분이 전반부라면, 후반부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짜 범인을 찾기에 나섭니다.
마지막까지 추리하는 긴장감이 단번에 책을 다 읽게 만들구요, 더불어 읽는 내내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긴 여운이 남네요.
오랜만에 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만나서 좋았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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