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풋풋했던 고등학교 시절도 가보고 싶고, 즐거웠지만 고민도 많았던 대학생 시절도 그립구요,
지금도 생각하면 이불킥을 하는 실수했던 순간들로 돌아가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네요.
아... 그리고 삼성전자 주식... 강남에 땅... 로또도 있네요 ^^;;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텐데요,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그런 과거로 돌아가는 여행을 하는 소설입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책들은 많았습니다.
이처럼 여행사는 아니지만 카페를 무대로 한 최지운 작가의 <시간을 마시는 카페>도 있구요, 일본 소설인 <커피가 식기 전에>도 비슷한 내용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위의 두 소설과는 다르게 여행자가 주도적으로 과거를 선택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네요.
어찌됐든 우리는 인간이기에 누구나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하고, 그래서 과거를 바꾸고 좀 더 나은 오늘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건 당연한 것 같아요.
소설이지만 잠시나마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습니다.
히라이스(HIRAETH)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웨일스어라고 하네요.
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규칙이 필요합니다.
A. 과거에서 귀환을 거부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B. 악의성이 다분한 금융 조작(복권, 주식 등)은 '시간법 3조 2항'에 의해 위법이며, 그 외 조작(각종 성적, 공문서)은 '시간법 3조 3항'에 의해 위법입니다.
C. 죽은 자를 살려내는 일은 '시간법 1조 1항'에 의해 위법이며, 반대로 과거인을 죽이려는 행위는 '시간법 1조 2항'에 의해 위법입니다.
D. 시대적 오류를 범하는 모든 행위를 지양해 주십시오. (미래누설, 정치/사회/경제적 방해 등)
이러한 제한 사항들이 있기에 좀 더 안전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는데요,
타임패러독스나 설정의 오류들은 머리아프게 생각하지 말자구요. ^^
11개의 에피소드들은 옴니버스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이 진행되지만 또 몇몇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기도 합니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만난 아버지의 무심함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나지 않는 것으로 선택하지만,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아버지만의 말 못할 사정으로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하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이혼하고 싶어도 자기때문에 헤어지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사는 엄마를 위해 과거로 돌아가 아빠를 만나게 하지 못하는 딸의 이야기.
자신이 태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결혼을 못하게 하려고 했지만, 결국 엄마는 딸의 존재를 위해 같은 선택을 한다는 이야기는 찡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릴적 고아원에서 헤어졌던 여동생을 찾기 위해 과거 여행을 떠난 오빠의 이야기와 시한부 소녀가 인생의 마지막에 타이타닉호에서 펼치는 모험은 짜릿한 반전과 함께 영화적인 재미도 느낄 수 있네요.
본편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뒤따라 나오는 에필로그도 무척 재미있었네요.
여행사를 평가하는 별점으로 짧지만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의 구조가 신선했습니다.
두번째 에필로그는 감동과 함께 영화 속 쿠키같은 역할을 하네요.
2편이 나온다면 미래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해봐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표지의 따뜻함처럼 이 봄날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단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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